▲ 교육부의 프라임사업에 많은 대학이 강렬한 반대를 하고 나섰다. 사진은 인하대 예술학부가 무분별한 인문대, 예체능대 통폐합에 학생들은 예술학부 장례식 퍼포먼스로 대항했다.

[U's Line 박병수 편집국장]‘묻지마 살인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했다. “묻지 말라”는 것은 “내가 왜 이러는지 궁금해 하거나, 그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말라”는 일방적인 통보며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겠다는 독재적 발상에 원천이다. “묻지마”의 반대적 개념은 “대화하자”, “뭐가 문제인지 이야기를 나눠 보자”는 식이 될 것이며, 요즘 우리 사회에서 자주 쓰는 표현으로는 ‘소통’에 가깝다.

‘소통’은 불통으로 인해 문제가 생긴 후 문제를 풀고자 대화를 시도하는 ‘사후 소통’이 있을 것이고, 무엇을 시도하기 전 시작부터 기본적인 절차중 하나로 소통해서 의견을 수렴하는 ‘사전 소통’이 있을 것이다. 사전 소통은 문제가 발생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고, 시행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최상의 시도다. 그러나 이 ‘소통’이라 해도 다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 소통의 자리를 만들어 놓고 소통하는 척 하지만 내용은 이미 결정된 대로 밀어붙이기 위한 ‘통보’가 되는 경우가 박근혜 정부 들어 교육당국의 자세가 더욱 그러하다.

대표적인 경우가 최근 대학가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던 ‘프라임 사업’이다. 전공과 사회 일자리가 미스매칭 돼 있는 것을 풀겠다며 지난해 가을부터 의견수렴 공청회도 몇 차례 열고, 각 언론사에서 이 교육재정지원사업의 위험성·비효율성·비형평성 등을 수없이 제기하며 시행계획 수정과 시행시점 연기를 강력히 요청했지만 교육당국은 공청회 당시에 발표하던 내용 그대로 시행했고, 해당 대학선정 후에도 그에 대한 우려와 불협화음은 아직도 여전하다. 각계 의견을 들을 것도 아닌데 왜 듣겠다는 공청회(公聽會)를 했는지 알 수가 없으며, 제도시행에는 천문학적인 세금이 들어가는 엄중한 책임이 따르는데도 어찌 그리도 막무가내인지 불통의 ‘끝판 왕’이었다.

프라임 사업은 비효율성이 극심하다. 교육당국은 한 해 동안 예산 2012억 원을 투입해 21개대학만을 사업대상으로 선정하고 그 결과 공과대학으로 정원이동규모가 5351명이라고 밝혔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대학생 1명당 정원이동과 교육으로 1년에 3760만원을 투입한다. 프라임 사업은 정책 형평성에도 큰 결함이 있다. 5351명은 2017학년도 대학입학정원 총 56만5874명의 0.9%에 해당한다. 결국 2017학년도 대학입학생 중 99.1%는 이 사업의 적용에서 배제된다.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2012억 원의 국민혈세를 투입하면서 대학생 0.9%에만 적용되고, 99.1%는 배제되는 사업이라면 민주주의를 표방한 대의국가에서 결코 바람직한 사업이라 할 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 교육당국의 전반에 ‘묻지마’ 방식이 횡행하고 있다. 왜 대화를 하지 않으려는지, 왜 상대편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지, 왜 자신과 다르면 틀렸다라고 생각하면서 자신만의 방식대로만 강행하는 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둘 중의 하나다. 자신의 방식에 크게 과신을 하고 있거나, 대화를 해야 하는 상대편을 크게 무시하고 있거나 일 것이다. 프라임 사업으로 들어가는 돈이 무려 3년간 6000여억 원이 쏟아 붓게 된다.

특히, 공과대학 쪽으로 강제적으로 정원이동을 하도록 한 기준은 10년후 고용전망에 따른 것이라고 하는데 사실 1년 앞도 가름하기 쉽지 않은 세계적 정세와 급변하는 산업계 상황이다. 교육당국이 특히 간과한 것은 대학졸업자의 일자리 미스매칭만 생각했지 시니어들의 유휴인력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본지 지적에 대해 왜 감안을 하지 않았는지 이제라도 교육당국은 꼭 말해야 한다. 잘못된 판단으로 6000억여 원이 날아가 버리면 그 때도 이명박 정부 4대강사업처럼 또 ‘묻지마’라고 할 것인지 정말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