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대학 측의 일방적인 대 학과 통폐합이 원천적으로 금지한다는 법률안이 발의됐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서울 노원구 을·사진)은 일방적인 학과 통폐합으로 고통 받는 학생들을 위해 대학의 학부와 학과 통폐합 시에는 반드시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토록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일명 ‘일방적 학과 통폐합 방지법’을 대표 발의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법률개정안에 따르면 학교 조직의 신설 및 통·폐합시 반드시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토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

최근 대전 뱌쟈대학교의 국문과 통폐합을 비롯해 경남 경남대학교 철학과, 청주 청주대학교 회화과 등의 인문·예술학과 폐지, 서울의 일부 대학도 자유전공학부 신설 후 졸업생도 배출하기 전에 폐지하는 등 무분별한 학과 신설과 통·폐합으로 인해 학생들이 고통 받는 일을 원천적으로 금한다는 것이다.

대전 배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는 주시경, 김소월 선생을 낳은 역사와 전통을 지닌 학과로 유명하지만 존폐의 기로에 서있다.

관련 학과 학생들은 “학생들 의견은 전혀 반영하지 않고 일방 통보식의 구조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 과를 폐지하기로 했다는 얘기를 언론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주 소재 청주대학교 회화과 역시 같은 처지다. 이 대학 해당학과 학생들은 “피카소와 고흐가 취업을 했느냐. 예술을 취업률이라는 일률적인 지표로 평가해 학과를 폐지하기로 한 학교 당국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학교 측을 비난하고 있다.

특히 한 학생은 SNS를 통해 “C대학교가 취업률이 낮다며 회화과를 일방적으로 폐지할 것을 결정해 학생들이 갈 곳을 잃게 생겼다”며 “예술을 배우는 학생들을 취업률로 판단하고 일방적으로 폐지를 결정하다니 이거야말로 학생들을 상대로 한 갑의 패악질 아닌가”라며 울분을 토로했다.

서울 소재 연세대학교 역시 개설한지 얼마 되지 않은 ‘자유전공학부’를 전면 폐지하기로 결정해 학생 학부모와의 진통을 겪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가 중대한 사안을 결정하면서 학생들에게 그 과정을 전혀 공유하지 않은 상태로 비밀스럽게 진행해 왔다”, “자유전공학부뿐 아니라 나아가 돈이 안 되는 학과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갈 게 뻔하다”고 비판했다.

일방적 학과 통폐합 폐해= 이러한 일방적인 학과 통폐합에 따라 나타나는 부정적인 영향들 또한 적지 않다.

통합된 학과에 소송중인 서울 소재 중앙대학교 학생들은 “비인기학과를 폐지하고 새로 통합돼 정원이 늘어난 인기학과 학생들은 ‘콩나물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질도 떨어질 것”이라며 걱정하는 실정이다.

교수 사회 역시 이 현상을 개탄하고 있다. 통폐합 중인 학과의 일부 교수는 “인문학은 다른 학문의 근간인데 뿌리째 흔들린 인문학에 대한 대가는 언젠가 치르게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으며, “대학의 구조조정에 취업률·입학률 등 시장논리를 들이대고 학내 구성원들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우원식 의원은 “지금부터라도 학교는 학과 개편 시 학생과 의견을 나누고 이를 수렴하는 과정을 보장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높은 등록금을 지불하고 수업을 듣는 만큼, 학생은 자신이 선택한 전공에 대한 학습권을 당연히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고 이번 개정안 발의의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