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은 지금 미국에서 가장 창업이 활발한 도시입니다. 넥스트(next)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것도 그래서죠. 그 중심에는 워싱턴대학이 있습니다."

마이클 영(Michael Young) 미국 워싱턴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 총장은 "시애틀이 실리콘밸리보다 기업하기 더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했다. "많은 기업이 실리콘밸리를 떠나 시애틀로 옮겨오고 있는 게 그 증거"라고 말했다.

실제로 워싱턴주 주도(州都)인 시애틀과 그 인근은 미국에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대기업들의 고향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보잉, 코스트코, 스타벅스, 노드스트롬 등이 워싱턴주에서 태어났다. 특히 시애틀은 ITㆍ엔지니어링ㆍ유통ㆍ제조 등 산업을 불문하고 다양한 기업들의 요람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애틀은 미국에서 `창조경제` 모범도시로 꼽힌다.

이처럼 시애틀과 워싱턴주가 기업들 요람이 된 데는 워싱턴대학교가 큰 역할을 했다. 수많은 기업이 이 대학교 연구실에서 탄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공학 벤처업계에서 선두주자 중 한 곳으로 꼽히는 `페이트 세러퓨틱스(Fate Therapeutics)`, 여행정보 사이트 `빙트레블(Bing Travel)` 등이 대표적이다.

매일경제 MBA팀은 최근 방한한 마이클 영 총장을 서울 한 호텔에서 만나 워싱턴대학교가 수많은 벤처 창업의 요람이 된 비결을 들었다. "교내에 상업화센터를 설립해 학생들의 좋은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죠. (마이크로소트프 등) 이미 기반을 잡은 기업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이끌어낸 점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다음은 영 총장과 일문일답.

－실리콘밸리 IT 기업들이 시애틀로 옮겨오고 있다고 당신은 강조한다.

▶많은 사람들이 혁신적인 벤처를 생각하면 실리콘밸리를 떠올리기는 한다. 하지만 그것(실리콘밸리로 벤처기업이 모여드는 현상)은 25년 전 이야기다. 이제는 시애틀이 혁신 도시다. 시애틀로 들어오는 벤처캐피털 투자는 매년 10억달러가 넘는다. 실리콘밸리 태생인 구글, 징가, 세일즈포스 등도 시애틀에 새 터전을 열었다(구글 본사는 여전히 실리콘밸리에 있지만 시애틀 오피스에도 1000여 명이 근무한다. 징가와 세일즈포스는 시애틀에 각각 엔지니어링센터와 개발사무소를 열었다). 이에 따라 시애틀 테크놀로지 직업은 지난 10년 동안 14.4% 증가했다.

실리콘밸리 태생 IT기업들이 시애틀로 옮겨오는 것은 워싱턴대학교 출신 엔지니어들과 함께 일하고 싶어서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위쪽에 괜찮은 엔지니어가 많다(There are so many good engineers up there)"며 시애틀에 페이스북 오피스를 열었다(저커버그는 시애틀이 실리콘밸리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쪽`이라고 칭한 것이다).

－학생들 창업도 적극 지원한다고 들었다.

▶전공이나 관심 분야를 불문하고 워싱턴대학교는 창업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교내 상업화센터에 가면 엔터테인먼트ㆍ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스핀오프를 준비하는 학생들 연구모임을 만날 수 있다. 워싱턴대학교에서 스핀오프돼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페이트 세러퓨틱스는 우리 의과대학에서 시작했다. 이 회사는 가장 창의적인 바이오텍 기업 10위 안에 들기도 했다.

워싱턴대학교는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존 기업과 연계해 창업을 후원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는 작은 아이디어로 연구를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기술적 지원을 해준다.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실에서 기술을 익힐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테크스타트(TechStarts) 프로그램을 통해 상업화할 만한 아이디어에는 경제적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아마존과 코스트코도 직접 학생들 연구에 참여하고 스핀오프가 가능한지 조언해준다.

－창업을 적극 후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혁신 없이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국민들이) 현재 누리는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들도 이제는 단순 교육의 장을 넘어서 경제활동에 도움이 되는 혁신적인 기업을 키우는 장이 돼야 한다. 요즘 미국에는 다시 제조업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많이 있다. 물론 제조업 자체는 매우 중요한 산업이지만 제품이 혁신적이지 않다면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워싱턴대학교가 명문이기는 하다. 그러나 한국 등 아시아에서는 미국 대학 하면 아이비리그를 먼저 떠올린다.

▶그런 선입견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중국 상하이 자오퉁대학이 매긴 세계 대학 순위에서 워싱턴대학교는 전 세계 16위다. 대만 국립대학이 매긴 순위에서는 전 세계 4위다. 아시아 사람들이 예전에는 값비싼 사립학교가 즐비한 아이비리그를 선호했다면 이제는 실질 가치가 높은 대학으로 관심이 이동하는 것 같다.

물론 워싱턴대학교는 서양에서도 점점 인정받고 있는 추세다. 영국 더타임스는 전 세계 24위, 미국 US뉴스는 워싱턴대학을 13번째로 좋은 공립학교로 평가했다.

워싱턴대학교는 연구비가 풍부한 대학이다. 공립학교 중에서는 1위, 미국 전체 대학 중에서는 존스홉킨스에 이어 2위다. 이 때문에 과학 연구 분야에서는 최고로 꼽힌다. 대만 국립대학은 과학 연구 분야 세계 1위로 워싱턴대학교를 꼽았다. 외국인 지원자도 매년 25%씩 늘어나는 추세다.

－경영 철학은 무엇인가.

▶좋은 인재를 뽑으면 그들이 알아서 일을 한다는 게 내 경영 철학이다. 나는 내 주변 사람들이 나보다 더 똑똑하다고 믿는다. 실제로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들로 내 주변을 채운다. 나는 세밀한 부분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스타일의 리더가 아니다. 각자 개인에게 독자적인 넓은 영역을 준다. 그리고는 그 안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내 임무는 그들의 목표치를 관찰하는 것이다.

나는 데이터를 매우 중요시 한다. 데이터를 무시하곤 하는 대부분 대학과 다른 점이다. 다른 대학 경영자들은 젊은이들의 꿈과 이상을 만들어주는 곳이 대학이라며 데이터를 보지 않고 이상적으로 경영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실제 성공은 데이터에 달려 있다는 게 내 소신이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데이터를 통해 전략을 짠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나 스스로를 컨설팅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대학 경영은 일반 기업과 다를 것 같다.

▶워싱턴대학교는 굉장히 복잡한 기업이라고 생각하면 맞다. 매년 매출이 60억달러다. 워싱턴주에서 가장 큰 보건의료기관이다. 매년 15억달러씩 연구에 투자하며 경찰과 해군 인력도 보유하고 있다.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엄청난 무게감이 있는 교수진이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 때문에 일반 기업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독특한 경영구조를 갖고 있다. 독단적인 의사결정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대신 여러 개 위원회를 만들어 대화를 통해 소통하는 경영을 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 투자할 것인지, 학교가 이뤄내야 할 목표는 무엇인지 등이 위원회에서 다루는 주요 화두다.

－워싱턴대학교 학생들 학업성취도는 어떤가.

▶예전 미국 대학 졸업생들 성적은 형편없었으나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현재 워싱턴대학교 졸업자 평균 학점은 4.0점 만점에 3.8점이다. 학생들 변화에는 대학도 한몫했다.

첫째, 워싱턴대학은 학생들이 자신들을 리더라고 볼 수 있게끔 노력한다.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더 살 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리더가 돼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둘째, 시야를 넓혀준다. 많은 세계와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줌으로써 학생들이 우물 안 개구리로 있기보다는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셋째, 세상은 돈을 버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좋은 대학을 졸업해 많은 돈을 버는 것이 목표인 학생들이 종종 있다. 현실을 직시하되 너무 돈만 밝히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하는 데 신경 쓴다.

－당신은 오랫동안 로스쿨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한국은 로스쿨 역사가 미국보다 매우 짧다.

▶한국과 일본 모두 최근에야 로스쿨을 도입했다. 로스쿨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법과대학 학부와 비슷하다. 이런 식으로는 어떠한 변화도 기대하기 어렵다. 새로운 인재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방법으로 가르치는 법을 연구해야 한다.

일본과 한국은 무조건적으로 서양을 따라가려 하는 성향이 있다. 그러나 서양 따라하기 식으로 무엇인가를 도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나는 일본 법조 시스템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는데, 일본은 250년 역사의 세련된 법조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한순간에 서양법 시스템을 도입하고 말았다. 한국과 일본은 자신들만의 좋은 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 He is…

마이클 영 총장은 브리검영대학교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했다. 컬럼비아대학 로스쿨 교수로 20년 이상 재직한 뒤 조지워싱턴대학교 로스쿨 학장을 거쳤다. 유타주립대학교 총장을 거쳐 2011년 워싱턴대학교 총장이 됐다. <자료출처 매일경제 MBA>